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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 후라이드 치킨 아저씨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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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촌거부 작성일06-11-14 15:22 댓글0건 조회5,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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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 닭집이 생겼다.
신장개업이라고 써붙였다.
순살 후라이드 치킨이 4900원이라고 한다.
가끔 사먹는다.
순살 후라이드 치킨 4900원짜리 하나 사와서 소주 한병하고 먹으면 딱 좋다.
의외로 kfc보다 맛있다.
여기 주인 아저씨는 30대 후반이다.
이 아저씨, 되게 무뚝뚝하다.
손님이 들어가도 멀뚱히 쳐다본다.
그리고 주문도 제대로 받을지도 모른다.
아직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가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줌마도 서빙 본다.
하지만 대부분은 30대 후반 아저씨가 혼자서 주문도 받고 닭도 튀긴다.
이 아저씨와 안면이 좀 트고 자주 들리다 보니까 이런 저런 얘기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 아저씨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대기업 과장인가 하다가 명퇴당했다는 것이다.
학교도 꽤 좋은데 나왔다고 한다.
근데 어느날 회사에서 명퇴당했다고 한다.
말이 명예 퇴직이지 그거 그냥 짤리는거라고 한다.
자기도 딸린 식구가 있으니까 끝까지 버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회사에서 책상을 복도에 내놓더란다.
거기서 하루종일 일도 안시키고 가만 앉아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퇴직금 몇천만원으로 치킨 체인점하고 계약을 하고 우리집 앞에 가게를 연 것이다.
정말 살벌한 세상이다.
그 좋은 학교 나와서 어렵게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도 30대 후반이면 짤리고 치킨집에서
닭이나 튀겨야한다.
딸린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이다.
정말 세상 살기 힘든다.
아저씨의 마지막 말은 이런 것이었다.
"학생도 아직 머리 잘 돌아갈 때, 변리사 자격증이라도 따"
"회사에 취직해봤자 10년도 못되서 짤려"
"남자가 결혼하고 자식 새끼 딸리면 그 다음부턴 인생 종치는거야"
"변리사 자격증 못따겠으면 수능 다시 봐서 한의대나 치대를 가"
"회사원? 그거 할거 못돼. 아무리 출세해봤자 연봉 1억도 못벌어"
"변리사,한의사? 한달에 1억 이상 버는 사람도 수두룩해"
아띠..다 때려치고 수능이나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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